환상숲 곶자왈공원
아버지를 살린 고마운 곶자왈 숲의 이야기를 숲지기가 된 딸이 들려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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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곶자왈 숲에서 나고 자란 환상숲 곶자왈공원의 숲 읽어주는 이지영입니다.



공간을 운영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야기가 있나요? 어떤 꿈을 가지고 시작하셨는지 궁금해요.
저의 시작은 아버지입니다. 은행원이셨던 아버지께서 47살에 뇌경색으로 쓰러지셔서 오른쪽 몸이 마비되셨습니다. 평생 해 오신 일을 그만두고 경제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어려울 수밖에 없었을 때, 사람 만나기 싫어 숨어 들어간 곳이 지금의 곶자왈 숲입니다. 넘어지고 깨지며 돌길을 내는 과정에서 치유를 경험하고 지금은 완쾌가 되셨습니다. 아버지를 살린 고마운 숲, 사라져가는 곶자왈을 지키고 사람들에게 자연이 지니고 있는 생명력을 전하고 싶어 13년 전에 아버지를 도와 해설을 시작했습니다. 방문객들이 제주의 숲 곶자왈을 그저 보고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숲에서 살아왔기에 전해줄 수 있는 숲을 바라보는 방법과 시선을 전해주고 싶어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운영하시는 공간의 자랑거리나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자연 그대로 가꿔지지 않은 숲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곶자왈 끝 지점에 있어 힘들지 않은 코스이기에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으면서도 깊은 숲의 느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매일 시간대별로 숲 해설이 진행되는데 해설사님마다 해설 내용이 같으면서도 달라 방문할 때마다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해 줍니다. 아름다운 숲에 재미와 교훈과 감동이 더해지며 사람과 생명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이 저희 숲에 매력이라 생각됩니다.

이 마을의 가장 큰 매력과 특별한 점을 하나 말해주신다면요?
예술인의 마을부터 저지오름까지 아름다운 경관과 다채로운 문화시설도 마을의 큰 장점이지만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 매력적인 마을입니다. 시골 마을이지만 젊은이들이 제법 많습니다. 어릴 적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다시 마을로 돌아와 새로운 활력을 주고 있고 이주민들 또한 애정을 가지고 마을을 함께 일구어나가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토박이와 이주민들이 어우러지는 마을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깨어있는 이들이 많으면서도 시골의 순박함도 함께 지니고 있는 정이 많은 동네라고 생각합니다.

공간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제공하는 특별한 경험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숲을 거닌 후 숲을 바라보며 제주의 자생식물을 활용한 족욕 테라피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농장 프로그램, 아픈 이들을 위한 마음 치유 프로그램, 팜파티 등도 운영되는 곳이라 숲에서의 다채로운 경험을 누릴 수 있습니다.

공간을 운영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흔일곱살 멋쟁이 할머니 손님에서부터 100일 막 지난 갓난쟁이 아가 손님까지 기억에 남는 손님들이 너무나도 많아요. 숲에서 만난 손님들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적어 나누다보니 <숲스러운 사이>라는 책까지도 발행할 수 있었답니다. 굳이 한 팀을 꼽자면 숲 해설을 하는 초창기에 한명만 와도 해설해 준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왔던 장님 세 분이 떠올라요. 처음에는 빛과 어둠도 구분할 수 없는데 왜 이렇게 험한 숲길에 오셨을까 불쌍하게 바라보았어요. 그런데 “어디서 나는 향기인가요?” “그 꽃도 돌을 뚫고 자란 생명력인가요?”와 같은 질문들을 듣다 보니 오히려 눈으로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것들이 많았구나! 깨달았던 동행의 시간이 되었어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진행하는 활동이나 협력하는 부분이 있나요?
마을에 할머니, 고모, 이모, 사촌 언니들, 사촌 동생 등 친척들도 많이 살고 있어요. 어릴 적부터 나고 자란 동네이다 보니 친구들과 선후배들도 가득하답니다. 그래서 끈끈할 수밖에 없고 마을에 더욱 애정을 갖게 되네요. 겨울철에는 할머니, 동생, 이모할머니 귤을 팔아주기도 하고, 다른 계절에는 고모네 꿀을 팔아주기도 하고, 마을의 축제가 있으면 숲 해설이나 족욕을 해주기도 하고, 농부들을 위한 플리마켓 등을 열어 더불어 가는 마을을 만들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