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혼자만의 여행이 필요한 법이죠. 그렇게 홀로 떠난 제주에서 만난 보석 같은 장소, 베케 생태정원을 소개합니다. ‘밭의 경계에 아무렇게나 두텁게 쌓아놓은 돌무더기’라는 뜻의 순 제주어 ‘베케’는 이곳의 본질을 완벽히 담아냅니다. 인위적인 꾸밈 없이, 제주의 날것 그대로의 자연을 품은 공간이니까요.

박서현 실장님의 말씀이 제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베케는 화려한 꽃의 향연을 기대하실 분들에겐 의외의 공간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곳의 진가는 초록의 다채로운 색조와 질감에 있죠. 이끼부터 양치식물, 그리고 계절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나무들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살아있는 제주의 숨결을 전합니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 그게 바로 베케의 매력이에요. 실장님의 설명이 제 궁금증을 해소해주었습니다. “가을과 겨울을 맞아 오시는 분들 중에는 아쉬움을 표현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베케는 사계절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정원이에요. 우리는 도슨트 프로그램과 다양한 자료를 통해 방문객들이 베케의 사계절 변화를 이해하고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답니다.”

혼자 온 저에게 도슨트 프로그램은 너무나 유익했어요. 도슨트를 진행하시는 베케 멤버분들은 주어진 가이드대로 하는것이 아니라 본인이 온전히 느끼 베케를 자기답게 전달한다고 합니다. 실장님의 경험담은 제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얼마 전 야생화에 관심 많은 60대 여성분과 1:1 도슨트를 진행했어요. 식물과 정원 이야기에 푹 빠져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있더라고요. 그분의 열정에 저도 새로운 영감을 받았답니다.”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같은 공간을 거니는 다른 여행자들과 자연스레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제주의 자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시각을 얻었습니다. 혼자 왔지만, 오히려 더 풍성한 만남과 깨달음을 얻은 셈이죠.

베케에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베케뮤지엄 창가에서의 시간이었습니다. 이끼와 빗물이 어우러진 정원을 바라보며 ‘베케 브리즈’를 음미하는 그 순간, 실장님의 말씀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안개분수가 만들어낸 물방울이 이끼와 고사리 위에 맺혀 반짝일 때면, 그야말로 숨이 멎을 듯한 광경이 펼쳐져요. 거기에 살랑이는 바람까지 더해지면… 그 순간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그 순간 저는 제가 혼자라는 사실조차 잊었습니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시간의 흐름을 잊은 채, 그저 그 순간에 몰입했죠. 이런 경험은 홀로 여행할 때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선물 같았습니다.

베케는 단순한 정원이 아닙니다. 이곳은 자연의 순리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살아있는 공간이에요. 김봉찬 대표님의 식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철학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 저 같은 초보 여행자도 자연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온 지금, 베케에서의 기억은 제 안의 작은 오아시스가 되었습니다. 복잡한 도시 생활 속에서도 문득 베케의 초록빛 풍경이 떠오르면, 마음이 잠시 쉬어갑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진정한 의미, 그것은 바로 나만의 속도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요? 누구의 간섭도 없이, 오롯이 나와 자연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 베케는 그런 귀중한 시간을 선사하는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제주 여행 계획에 베케를 추천합니다. 이끼의 부드러운 질감, 양치식물의 섬세한 잎맥, 나무들의 계절별 변화… 이 모든 것을 천천히 음미하며 여러분만의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보세요.

회색빛 일상에서 벗어나 초록의 세계로 뛰어드는 순간, 여러분은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예요. 베케에서 시작되는 여러분만의 제주 이야기, 그 첫 페이지를 펼쳐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