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의공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여행’을 선사하는 곳, 무위의 공간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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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는 문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그 의미 그대로 해석하고 싶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여행. 하지만 아침에는 다른 소음 대신 새소리, 바람 소리가 들려오고, 해가 뜨는 모습,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곳입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정원의 허브들이 서로 비비며 향긋한 향을 선물하는 무위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어요.

공간을 운영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이야기가 있나요? 어떤 꿈을 가지고 시작하셨는지 궁금해요.

서핑이 너무 좋아 제주로 이주한 지 벌써 8년 차. 제주에서도 가장 남쪽 끝에서 살고 있는데 이런 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리 많지 않았어요.
여름시즌에는 서핑을 가르치고 비수기인 겨울에는 이일 저일 닥치는 대로 일했지요. 그러다 너무 멋진 분들이 제주에서 이런 공간을 기획하고 계시다는 걸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어요. 경력도 이력도 없는 일이었지만 공간을 정리하고 정돈하고 꾸미는 걸 좋아해요. 무엇보다 사람들을 좋아하죠. 꿈이 있어서 시작하게 되었다기보다 일을 하면서 꿈이 생겼다고 볼 수 있어요. 일상에서도 좋은 사람들을 초대해서 같이 식사하고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아주 좋아하거든요. 서울에서만 생활하던 시기의 저에게 꼭 필요했던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이 방문하셔서 각자의 필요를 찾아가셨으면 좋겠어요. 그것이 쉼이든 힐링이든 좋은 사람과의 시간이든 그 무엇이든지요.

운영하시는 공간의 자랑거리나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매력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저희 잠잘곳에는 텔레비전이 없습니다. 인테리어도 가만 보면 컵 하나 없는 것처럼 매끈하고 심플합니다. 시각으로 보는 피로감까지 고려하여 온전한 쉼이 있는 공간을 만들었어요. 체크인 하실 때는 왜 티비가 없는지 문의하셨다가 체크 아웃하실때는 티비가 없어서 좋았다고 말씀해주세요. 티비는 없지만, 와이파이는 초고속이랍니다!

이 마을의 가장 큰 매력과 특별한 점을 하나 말해주신다면요?

무위의 공간에서 매니저를 하기 전까지는 그냥 지나는 길에 있던 마을이었어요. 이제는 집에 있는 시간보다 이곳 저지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어요.
공간을 운영하다 보면 청소뿐 아니라 자라고 있는 풀 한 포기 기어 다니는 개미 한 마리까지 손이 안 가는 곳이 없기 때문에 구석구석 돌아다닐 시간이 거의 없기는 하죠. 그럼에도 저지리는 제가 사는 곳 바닷가와는 다르게 좁은 돌담길에 주차난도 없고 어딜 둘러보아도 초록빛이 한가득 이에요. 고즈넉하고 아기자기하고! 저희집도 이곳으로 이사 오고 싶어서 백방으로 집을 알아보는 중입니다. 그러면 이 마을과 더 가까워지겠지요!

공간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제공하는 특별한 경험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무엇인지 알려주세요.

원래 요가를 좋아하기도 했고 제주에서도 요가수업을 들으러 다니기도 해서 요가라는 테마가 그렇게 특별할까? 의문이기도 했었어요. 손님들을 맞이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생각보다 요가를 처음 해보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무엇보다 함께 여행 온 연인, 친구, 가족, 부모님 반은 나머지 반의 일행의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오시거나 부끄러워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수업이 끝나고 나면 정말 좋은 경험이며 아주 즐거우셨다는 표정으로 감사를 전하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기회 아니면 딸과 둘이 요가를 할 일이 없었을 거라던 어머님도 계셨고요. 누군가에겐 특별한 경험이겠구나 싶었습니다.
현재 성수기 기간에는 한 달에 한 두번 비정규 특강 정도만 있는데 정규 수업이 개강하게 되면 객실에 계시는 분들은 따로 추가 비용 없이 호스트에게 신청만 하시면 요가 수업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오전 9시 간단한 아침 식사를 객실까지 룸서비스 해드려요. 똑똑 노크소리로 아침이 배달됩니다! 요즘은 아침을 잘 안 드시는 분들이 많죠. 그래도 여행 중이니 간단하지만 일과 중에 내 몸을 깨울 수 있을 만큼의 메뉴로 벌써 시즌2 두 번째 시그니쳐 메뉴를 선보이고 있어요!

공간을 운영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한번은 늦은 시간에 정말 죄송하다며 객실에 지네가 나왔다고 연락이 왔어요. 아니나 다를까 여자분들끼리 오신 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시는 것 같았죠.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아 나름 철저하게 관리하고는 있지만 시즌에 지선생님은 정말 피하기 힘들더라구요. 일단은 한 손에 스프레이를 들고 한 손엔 막대기를 들고 호기롭게 객실로 들어갔지만, 저도 벌레를 너무너무 무서워서 손님 두 분과 저까지 여자 셋이서 비명을 지르고 뛰어다니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간 적이 있어요. 물론 지금도 벌레는 무섭지만, 제법 능숙해졌습니다! 아무튼, 그런 에피소드로 그 손님들과 친해져서 같이 수다도 떨고 두 분 다 외국에 사시는 분들이었는데 그 뒤로도 재방문도 해주셨어요.
또 한 번은 혼자 입실하신 중년 남자분이셨습니다.
오전에 조식을 룸서비스 하기 때문에 아무리 못 마주쳐도 눈인사는 하게 됩니다. 처음에 3박을 오셨는데 빌려 온 렌터카가 거의 주차장에서 빠져나간 적이 없고 이분은 종일 저희가 곳곳에 마련한 데크에 누워 책도 보시고 종일 정원 의자에 앉아 계시기도 하더라구요. 저희가 준비한 차와 향도 피우시면서 내내 객실에만 계셨어요. 그리고는 2박을 연장하셨지요. 도대체 식사는 하시는 건가? 싶을 정도로 눈에 띄지 않으셨는데 마지막 날 정원에 나와계시기에 방해되지 않을까 염려하면서도 궁금해서 말을 걸어드렸습니다.
결혼해서 사시면서 아이들 다 클 때까지 단 한 번도 이런 나만의 공간, 나만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고 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없으실 것 같다며 가족들에게 허락을 받고 이틀 더 계신 거라는데 정말 모든 것이 좋았다고 하시며 살짝 수줍게 미소를 지으셨어요.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도 아닌데 왜 제가 뭉클해지고 이렇게 기억에 남는 손님이 되었는지 모르겠어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진행하는 활동이나 협력하는 부분이 있나요?

제가 일하는 곳과 사는 곳이 다르다 보니 사실 아직은 바깥일과 집안일도 너무 버거워서 일하고 있는 마을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어요. 차츰차츰 이 마을에 스며들어 보려구요!

공간 운영 중에 겪으신 어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끼는 보람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아주 극히 드물긴 하지만 그리고 어디나 마찬가지긴 하지만 간혹 정말 기본적이 규칙과 예절조차 안 지키시는 분들이 있어요. 제가 그 분만 겪는 거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스테이라는 게 퇴실 후 바로 다음 방문하시는 분을 맞이해야 하고 그분들께도 항상 새집에 처음 입실하시는 것 같은 컨디션을 유지해 드리고 싶은데 그게 어려워질 때가 가장 어렵습니다.
그리고 바다를 좋아하기 때문에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우리 공간에는 일회용품을 최소한 하고 있는데도 정말 쓰레기 문제 심각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반대로 체크아웃 후에 객실 문을 딱 열었는데 누가 왔다간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거의 입실 상태와 같은 모습인 경우가 있어요. 사용하신 수건까지 잘 개어서 한쪽에 놓아두시고 베개와 이불도 가지런히, 식기들도 깨끗이 설거지하셔서 행주로 물기를 닦아 제자리에 두셨더라구요. 쓰레기도 거의 없다시피 화장실도 너무 깨끗하고! 이런 객실에는 영락없이 메모가 올려져 있습니다. 객실이 너무 깨끗하고 쾌적해서 계시는 동안 불편함이 없으셨다고 감사하다는 마음 훈훈한 메세지를 받을 때면 정말 뿌듯해요.

하루 중 우리 공간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매 순간순간이 어떤 모습으로든 놓치기 아까울 만큼 소중하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해 뜨는 순간과 해가 지는 순간을 꼽고 싶어요. 그건 저희 공간에 머무르시는 분들만 보실 수 있는 모습이니까요. 세 동의 건물이 각기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어 한라산 쪽 방향에서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 있고 서쪽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특히 이불 속에서 실눈만 떠도 일출을 볼 수 있는 객실에 입실하시는 손님들께는 꼭 일출 시각에 맞춰 일어나보시라고 권해 드려요!